너는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아도 좋다.
찬비에 젖어도 새잎은 돋고
구름에 가려도 별은 뜨며
너는 손 내밀지 말고 그냥 있어도 좋다.
말 한번 건네지도 못하면서
마른 낙엽처럼 잘도 타오른 나는
혼자 뜨겁게 사랑하다.
나 스스로 사랑이 되면 그뿐
너는 가만이 그냥 있어도 된다.
부러질 듯한 앙상한 가지에
안간힘을 다해 대롱대롱 매달려
까치 오기만을 기다리는
탐스럽게 익은 빠알간 떡감.
떡하니 벌어진 틈새로 금방이라도 튀어나와
머리통을 한방 내려치고는
풀숲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릴 것 같은
토실토실한 알밤.
이모든 풍성함은
가을이란 계절만이 느낄 수 있는
정겨움과 함께
행복 하라고
하늘이 내려 주신 계절 이다.
놓치지 말고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가을이 되길 빌어본다.
- 뚜껍한 책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