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바위 전설
약 5~6백년 전 하동에 최부자라는 만석지기 부자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최부자의 집 앞에는 커다란 거북 모양을 한 바위가 있었다. 이 거북이는 엉덩이를 집쪽으로 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옛날에는 부자집에 손님이 많지 않았던가. 최부자의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하루 5~6인의 손님이 드는 것은 예사였다. 최부자는 이를 싫어하지 않고 손님들을 대접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다. 그런데 최부자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었다. 이 아들은 공부는 하지 않고 놀기만 좋아했다. 아들이 10살 되어 최부자는 아들을 가르치려 했으나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버릇 없는 아들이 두려워 하는 선비가 있었다. 이 선비는 같은 마을에 사는 과거에 3번 낙방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최부자는 이 선비에게 아들의 교육을 부탁하여 승낙을 얻어 이튿날부터 아들을 선비의 집으로 보내어 가르침을 받게 하였다. 이럭저럭 아들은 행실을 고칠 수 있었는데 16살이 되어 장가를 갈 때가 되었다.
최부자가 아들에게 혼사일을 이야기하니, 아들은 자기가 사모하는 낭자가 있노라고 했다. 최부자가 누구냐고 물었으니 주저주저 하다가 자기를 가르쳐 준 선비의 딸이라고 대답하였다. 최부자는 가세가 빈한한 선비집과의 혼사를 두고 고민하다가 선비와 의논하여 혼인을 성사시켰다.
2년 후 아들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갔는데 몇해가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며느리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면 손님들을 치르느라 매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렇게 몇 년이 흘러갓다. 소식 없는 남편을 기다리면 손님 치는 것에 지친 며느리는 어느날 찾아온 스님에게 손님을 줄일 수 있는 방편을 물으며 융숭히 대접했다. 스님은 완강히 거절했으나, 며느리 또한 졸라대기를 그치지 않았다. 이에 견디다 못한 스님은 3일후에 다시 오겠노라고 하며 돌아갔다.
스님은 절에 돌아와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며 어떻게 해아할지를 물었으나 답이 없었다. 이튿날 불공을 마칠 즈음 스님에게 말로써 돌이키지 못하면 그 방편을 가르쳐 주라는 계시가 있었다.
다음날 스님은 최부자집 문앞에 당도하여 문을 두드리니 며느리가 반겨 맞았다. 이날도 융숭한 대접을 하면서 방편을 물었다. 스님은 하는 수 없이 거북바위의 머리를 깨는 방편을 가르쳐 주었다.
이튼날 며느리는 종을 시켜 거북바위의 머리를 깨게 하였다. 출타 후 돌아와 이를 본 최부자는 펄펄 뛰었으나 하는 수 없었다. 어찌 하였든지 다음해에는 태풍이 들었고, 그후 내리 10년은 흉년이 들어 논밭전지를 팔기 시작했으며, 아들은 몸쓸 병에 걸려 돌아왔다.
그후에도 최부자의 논밭에서는 농사가 제대로 된 적이 없었다. 기울대로 기울은 최부자의 집은 세월이 흐른 지금 행랑채 하나만 초라하게 남아 있고, 목이 잘린 거북바위만이 남아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