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화수분 구슬 이야기

운교산 2006. 7. 31. 17:57
 

옛날 하동면 외룡리에 엄씨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천품이 유순하고 정직하며 살생을 싫어했다. 살림은 넉넉한 편은 아니면서도 늘 시간만 나면 낚시질을 즐겨하였다. 그 동네 구무소에 가서 낚시를 하는데 잡힌 고기는 살려 두었다가 돌아올때는 다시 물에 넣어주고 고기는 먹지 않았다.

늘 잡는 재미로 낚시질을 하는 것이고, 잡념을 잊고 풍류삼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복숭아꽃 피는 어느 봄날 일전과 같이 구무소에 나아가 낚시를 드리우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건강하게 생긴 사령들에게 잡혀 어디론가 끌려갔는데 호화찬란한 한 궁궐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 세상 사람과는 판이한 아주 풍채가 좋은 사람이 단상에 높이 앉아있고, 고기 모양의 조각품이 많은 것을 보니 용궁인가 싶었다.


단하에 꿇어 앉히고 용왕이 치죄하기를 “너는 무슨 연고로 우리 나라 백성을 매일 잡아 올려 고통을 주었느냐. 그 무슨 악취미이며, 이후 어떻게 할 생각이냐. 네 죄가 적지 않으니 사실대로 이실직고 하라” 하며 불호령이 내려졌다.

주위가 장중하고 단상의 인물이 위압이 또한 대단한지라 감히 대답이 얼른 나오질 않으니 용왕은 다시 문죄하기를 “다른 인간들은 우리 백성을 아예 잡아먹기도 하는데, 너는 잡아 먹지도 않으면서 왜 고통만 주느냐 말이다. 아주 잡아먹는 것은 용서할 수 없으며, 그들은 그들대로 응분의 업보가 있을 것이지만, 너는 그런것도 아니니 그 뜻이 무엇이냐” 하고 꾸짖었다.


엄노인은 한참 정신을 가다듬고 공손히 대답하기를 “소인은 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낚시질을 한 것이 아니고, 고기에게 낚시밥을 먹이는 재미와 낚아 올리는 쾌감과 속세의 번죄를 잊어보자는 뜻이옵고. 고기를 죽이지 않았으니 굽어 살펴주옵소서.” 하였다.


용왕은 부하에게 “이놈 손에 죽은 놈은 없느냐.” 하고 물으니 부하 대답이 “죽은 놈은 없는 줄로 압니다.” 하니 그제서야 용왕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하기를 “그대는 풍류남아다운 데가 있을뿐더러 선인같은 기질도 있어 나와 더불어 이야기 할 상대가 됨직하다. 네 손에 죽은 백성도 없고 보니 책망할 일도 없겠으나. 이후부터는 우리 백성에게 고통을 주지 말라.

그러나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나의 말동무가 되어 푹 쉬어 가도록 하라.” 하였다.


이렇게 되어 수중진미를 대접받으며 잘 놀면서 쉬었다. 그런 가운데 그럭저럭 석달이 지나니 집안 일도 궁금하여 집으로 가겠노라고 하니 용왕 말이. “뜻대로 하라. 사는것도 넉넉지 못하다고 하니 이것을 기념으로 가지고 가라. 필요한 것을 말하면 모두 얻을수 있는것이다. 다만 과욕은 절대로 금물이나 특별히 유념하라.” 하며 조그마한 구슬 하나를 주었다. 그리고 잘 가라고 하면서 구슬을 받아 쥔 손을 꼭 잡았는데 몹시 아파서 깜짝 깨어보니 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롱한 구슬이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도 신기하여 집에 돌아와서 시험삼아 저녁쌀을 근심하였더니 먹을 만큼 쌀이 나왔다.


원래는 그는 정직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던지라 그저 쓸만큼 필요한 것을 청하여 조촐하게 살면서, 그 후에도 강태공 낚시하는 식으로 곧은 낚시에 고기밥만 끼워 고기에게 먹이는 것을 낚으로 삼았다. 그러니까 가세도 차차 안정되고 부족한 것이 없이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구술의 보관이 항상 신경쓰여져서 혼자만 아는 벽장에 두고 꼭 자물쇠로 잠그곤 하였다. 그때 인근 마을 조씨 집에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와 보니 집안이 눈에 띄게 부유하여졌으므로 어머니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그 어머니는 모녀지간이라 사실대로 이야기 해 주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딸은 호기심이 생겨서 아버지의 동정을 눈여겨 보다가 아버지가 벽장 자물쇠를 잠그지 않고 외출한 기회를 포착하여 이때를 놓칠세라 살그머니 그 구슬을 꺼내 집으로 가져와서 시험해 본즉 무엇이든지 요청하는 대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재미가 나서 자꾸만 불러 대었다. 그리고는 욕심이 생겨 돈 천냥 나오라고 하였더니 이상하게도 이때부터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 딸은 한없이 후회하며 아무리 사죄하고 참회하였으나. 구슬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다.

그후 그 엄노인은 다시 생계가 어렵게 된 것은 물론이다. 그 구슬은 그 가문에서 오래도록 전하여 간직되어 왔으나 6.25사변으로 잃어버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