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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 얽힌 전설

운교산 2009. 3. 21. 11:00

닭에 얽힌 전설

 옛 선조들은 닭이 좋은 징조를 알리거나 악한 것을 퇴치하는 신비스러운 능력을 지닌다고 믿었다. 고려 때는 현종이 꿈에 닭소리를 듣고 왕위에 올랐다고 해 닭을 더욱 길조로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꿈에 닭이 울거나 나타나면 길몽으로 여긴다.

 

닭은 벽사(귀신을 물리침)의 주술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정초에 닭을 그린 세화(歲畵)를 집안에 붙이면 잡귀를 몰아낸다고 믿어 왔으며 원혼을 달래는 굿에도 닭이 이용되었다. 닭의 울음소리로 혼령의 소리를 대신 냈고, 그 소리로 원혼을 달래 저승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한다.


‘상유일(上酉日)’이라고 불리는 정초 첫 번째 닭의 날에는 부정을 탄다 해서 일손을 잠시 놓고 하루 쉬는 세시풍속이 있다. 특히 부녀자들은 바느질을 하면 닭발같이 된다고 여겼고, 전남의 어촌에서는 출항을 삼가했다. 제주도에서도 이 날은 지붕을 이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닭 울음소리를 통해 그 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정월 보름에 ‘닭 울음소리가 열 번을 넘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고 믿기도 했다.


닭은 집안에서 기르면서 인간과 가까운 자리에 있어서인지 설화와 전설이 많다.

또 신령스러운 이야기도 많이 전해진다.

그 중 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옛날 고려 때 황해도 장연군에 있는 어떤 절에 날마다 안개가 끼고 스님이 한 사람씩 없어져 마지막에 남은 다섯 스님은 무서움에 떨고 있었다. 그때 백발노인이 나타나 흰 닭을 주고 이것을 길러보면 괴이한 일의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라 했다. 스님들이 정성을 들여 이 닭을 기르자 괴변이 없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닭의 부리에 늘 피가 묻어 있어 스님이 이를 수상히 여기고 하루는 닭을 따라가 보았더니 큰 구덩이로 가는 것이었다. 스님이 내려다보았더니 큰 지네와 닭이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지금까지 지네가 사람을 해치고 있었는데, 닭이 이것을 퇴치한 것이었다.

스님들은 계속 닭을 기르며 절 이름도 계림사(鷄林寺)라고 지었다고 한다.


한편 닭이 오래 묵으면 영물이 되어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옛말에‘계불삼년(鷄不三年)’라고 일렀는데, 닭을 오래 동안 기르는 것을 금기시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