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글들
가을 때문에
운교산
2008. 11. 11. 09:49
가을 때문에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직 향기 가시지 않은
은은함이어도 좋고
갈색 빛 물든 쓸쓸한 빛깔이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철들어 깊은 가을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가슴 속에 풍경화 하나 그리고 싶다.
맑은 정이 흐르는
잊혀진 시냇물의 이야기도 좋고
추억의 그림자 밟으며 함께 낙엽을 주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떨어지는 낙엽 위에
그리움의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맑게 내 영혼의 그림자 씻어
그 쓸쓸한 뒷모습을 씻어 파아란 가을 하늘에
가냘픈 코스모스 한 자락 피우고 싶다.